뜬금없는 계엄 선포를 시작으로 탄핵안이 가결되기까지, 속보와 특보에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고생 많으셨지요. 탄핵안이 가결된 후에도 남태령 대첩과 관저 앞 키세스 시위단 등 민주주의의 정상 작동을 위한 시민들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는데요. 2024년이 저물어가던 12월 27일, 빠띠는 '속보에 가려진 우리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12월을 회고하는 시민대화를 열었습니다. 서울, 인천, 경기, 청주 등 각지에서 모인 8명의 시민들이 온라인으로 만나 함께 써내려간 진짜 우리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
🔐 12.3 내란 이후 나의 한 달을 2-3가지의 키워드로 돌이켜본다면?
‘속보에 가려진 우리의 이야기’ 첫 번째 질문은 바로 2번 [12.3 내란 이후 나의 한 달을 2-3가지의 키워드로 돌이켜본다면?]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 악몽 같았던 12월을 저마다의 키워드로 회고했는데요. 뉴스, 저항군, 광장과 행진, 참담함과 희망 등 다채로운 키워드가 쏟아졌답니다.
실제로 탄핵안이 가결되기까지 ‘뉴스’에 눈을 떼지 못했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한 중년 여성 참가자는 늘 남아돌던 모바일 데이터가 모자라서 추가 요금을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고백하셨는데요. 다른 분들도 자기 모습인 것 마냥 크게 공감해주셨어요. 돌아서면 뉴스 한번, 화장실 다녀와서도 뉴스 한번, 이렇게 속보와 특보에 사로잡힌 나날들을 보냈다고 말이죠. 한편 한 남성 청년 참가자는 본인이 즐기는 게임에 빗대어 ‘저항군’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기도 했어요. 제국이 세계의 99%를 점령한 상태에서 주인공들이 저항군을 조직해 맞서는 게임인데, 대통령과 시위대가 마치 그 게임 속 제국과 저항군 같았다고 하네요.
그런가 하면 청주에 계신 여성 참가자는 ‘광장’과 ‘행진’의 경험을 들려주셨어요. 내가 나고 자란 곳에서 가두 행진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복잡미묘했던 그날의 기분을 전해주셨답니다. 또 다른 여성 참가자는 ‘참담함’과 ‘희망’이라는 상반된 키워드를 나눠주셨는데요. 탄핵안 투표가 투표 불성립으로 종료되었을 때 느꼈던 모멸감과 참담함이 시민들의 해학과 재치로 해소되는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긴장을 완화시키는 유머의 힘, 그리고 자기 삶에 기반을 둔 평범한 시민들의 자유발언에서 희망을 본 것이죠.
“2016년 촛불이 타오를 때만큼 많이 모여서 깜짝 놀랐어요. 집회에 최적화된 시민들이구나 생각도 했고요.”
여의도 국회 앞 집회 현장 | 빠띠즌 생생이님 제공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던 12월 3일 밤, 뭘 하고 계셨나요?
그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1번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던 12월 3일 밤, 뭘하고 계셨나요?]로 정해졌습니다. 12월에서 12.3 당일로 줌인하여 회고를 이어나갔는데요. ‘그날 일찍 잔 사람이 승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 불면의 밤을 보낸 분들이 많았지요. 시민대화 참가자들도 자느라 몰랐던 사람, 자다가 연락 받고 깬 사람, 깨어있어서 실시간으로 다 지켜본 사람 등 당시 각자의 상황을 공유하며 그때 느낀 감정을 나누었습니다. 밤을 꼴딱 새운 사람도,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접한 사람도, 모두 엄청난 당혹감과 분노를 드러냈어요.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두려움 섞인 분노가 느껴졌는데요. 아마도 상대적으로 군사 정권에 대한 기억이나 직간접적 경험이 또렷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너무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는데 요즘 학교에서 교육을 되게 잘 시키더라고요. 저희 아이가 ‘대통령은 5.18을 공부 안 했나?’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어서 3번 [시민들의 집회에서 인상적인 장면과 순간이 있다면?]으로 넘어갔습니다. 각자 머릿속에 찰칵 하고 찍어둔 장면들을 공유했는데요.
💡 이번 시위의 시그니처 아이템 응원봉이야기가 제일 먼저 나왔습니다. 한 참가자는 전기 촛불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줄 알았다가 아이돌 응원봉이라는 사실을 알고 주변의 놀림을 받았다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을 드러내는 집회 문화가 보기 좋았다고 해요. 또 다른 참가자는 응원봉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어떤 상징 같은 느낌이라며, 이런 모습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 다음으로 공유된 모습은 훈훈함 한도초과의 대명사인선결제 연대였어요. 액수를 떠나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하고 참여하겠다는 마음이 감동적이었다는 한 참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선결제로 표현된 연대의 마음이 여의도 칼바람을 이겨낸 원동력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 한편어린 아이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한 가족 단위 시민을 언급한 분도 있었어요. 안면이 있는 여성 시위 참가자가 온 가족을 대동하고 나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쉽지 않은 선택임을 알기에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고 하네요.
“저는 평범한 학생인데요. 지난 한 달 동안 연대하고 함께하고 공유하는 것의 가치를 느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지방에 살다 보니까 서울 집회에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온라인 서명 운동에 참여하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알리면서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애들에게도 소식을 전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게 속보에 가려진 진짜 우리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독자 님의 2024년 12월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새해가 밝았지만 2025년이 유예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요즘인데요. 진정한 ‘송구영신’을 이룩하는 날까지 빠띠의 시민대화는 계속됩니다. 다음 대화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려요! 🤗